생활경제 소소한 이야기

캠핑장 일가족 3명 매몰 현장

disease ouster 2025. 7. 20. 16:20

"'쾅' 소리에 나가보니 산이 무너져"…캠핑장 일가족 3명 매몰 현장

[르포] "새벽 '쾅' 소리에 산이 무너졌다"…폭우에 고립된 캠핑장, 일가족 3명 매몰

 

 

20일 오후 1시, 기록적인 폭우가 할퀴고 간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1리의 한 캠핑장은 처참한 재난 현장 그 자체였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밤새 쏟아진 비에 불어난 계곡물은 캠핑장과 외부를 잇는 유일한 다리를 집어삼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했다.

이로 인해 캠핑장에 머물던 투숙객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고립되었고, 소방 당국은 로프를 이용해 이들을 위태롭게 구조하는 작업에 분주했다.

캠핑장 맞은편, 끊어진 다리 너머로 망연자실한 표정의 한 남성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남들보다 유난히 더 초조하고 걱정 어린 눈으로 구조 작업을 지켜보던 그는, 이 캠핑장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A씨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증언은 새벽에 벌어진 비극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새벽 4시쯤이었어요. 잠결에 '쾅'하는, 마치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러자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어요. 캠핑장 뒤편의 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A씨의 목소리는 공포와 충격으로 가늘게 떨렸다.

 

거대한 흙과 바위, 나무가 뒤섞인 토사물은 순식간에 글램핑장 한 동을 그대로 덮쳤다. 그가 가리킨 곳은 이제 거대한 흙더미에 파묻혀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참혹한 현장이 되어 있었다.

"그 아래에… 일가족 세 분이 있었어요. 40대 부부랑 중학생 아들이었는데…. 그대로 매몰된 겁니다.

제발, 제발 살아야 할 텐데…."

그는 말을 잇지 못하며 애타는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A씨는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누구도 대응할 틈이 없었다"며 "제가 운영하는 매점 컨테이너 건물에도 토사물이 밀려 들어와 아수라장이 됐다"고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통신 두절이었다.

폭우로 인해 기지국이 손상되었는지 휴대전화마저 먹통이 되자, A씨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칠흑 같은 어둠과 쏟아지는 비를 뚫고 직접 산을 넘어 위태롭게 마을로 달려가 소방 당국에 이 비극적인 사실을 알렸다.

그의 필사적인 신고 덕분에 구조대가 출동할 수 있었지만, 현장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매몰된 일가족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굴착기 등 중장비의 투입이 절실했지만, 다리가 유실되면서 진입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관내 곳곳에서 산사태와 도로 유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중장비가 현장에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는 로프 등으로 고립된 다른 투숙객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매몰자 구조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장비 없이는 구조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해, 작업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평 지역에는 이날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불과 6시간 만에 누적 강수량 197.5mm라는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2명이 숨지고, 매몰된 일가족을 포함해 총 9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채 시간만 하염없이 흐르자 현장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한 새벽의 '쾅' 소리를 악몽처럼 되새기던 A씨는, 그저 끊어진 다리 너머를 바라보며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20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1리 한 펜션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다리가 끊기면서 투숙객들이 고립됐다. 이 펜션 1개 동엔 일가족 3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5.7.20/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